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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elf/정돈된 삶, 몸건강

초보요리사, 발레리나, 그리고 정돈된 삶

Orange🍊🍊 2024. 9. 14. 14:44

 

요리의 'ㅇ' 자도 관심이 없던 내가 올해 초부터 쿠킹클래스에 등록하여 요리를 배우게 되고 또 지금엔 일본식 수프요리를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는 데까지 이르렀다. 백화점에서 요리 도구를 둘러보며 흐뭇해하고 일식 요리책을 읽으며 흥미를 느끼는 지금의 나는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 열 번에서 스무 번 정도 다시 태어난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살면서 무용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세가지 있었다. 청소, 운동, 요리. 

청소와 요리는 어릴적부터 엄마가 다 해주셨으니 그랬었고 운동은 시간낭비라고 여겨졌다. 내 돈 내고 시간 내서 힘든 일을 왜 하냐?라는 주의였달까. 그리고 운동에 드는 여러 가지 부가비용도 아깝게 느껴졌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90% 정도가 영어권 유튜버가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한국의 예능채널이다. 어느날엔 유튜브를 보다가 Grooming Ritual, Rest Ritual이라는 단어를 접하였다. 그리고선 들었던 의문. 

'Grooming'이 Ritual 이 될 수 있나?
'Rest'가 Ritual 이 될 수 있나? 

 

Ritual  [ˈrɪtʃuəl]

1. (특히 종교상의) 의식 절차, (제의적) 의례

2.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의례적인] 일

 

 

Ritual은 종교적인 절차, 혹은 규칙적으로 행하는 일, 즉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의례적으로 늘 행하는 일이다.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일. 우리는 너무도 결과지향적인 사회, 그리고 결과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다 보니 과정이 주는 가치에 대해 눈감아버린 지 오래다. 특히 내가 그렇다. 무엇을 하든 늘 빨리 결과를 내는 것을 원했는데 따지고 보면 나를 성장시킨 것, 그리고 진정으로 의미가 있었던 것은 모두 '과정'이었다. 에고는 늘 결과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동안 얼마나 에고적인 삶을 살았던 것인가. 

내가 규칙적으로 행하는 것, 루틴은 그게 무엇이든 그 자체로 의식이 될 수 있다. 거기에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몫.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나의 루틴으로 만들 것인가. 나를 기분좋게, 평온하게 하는 모든 것은 Ritual이 될 수 있겠다 싶었고 내 삶에서 내가 Ritual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 나의 Ritual 은 청소와 발레, 그리고 요리였다. 

 

우선 첫번째, 청소. 

나는 '시간낭비'를 못 참는 스타일이다. 내가 보내는 모든 1분 1초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쉬어야 할 때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겉으로는 쉬고 있을지라도 마음 한편에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글을 쓰든 코칭 준비를 하든 영상을 찍든 뭐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게 청소는 그다지 '생산적인 일'은 아니었다. 청소가 즉각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지러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졌고, 내 주위를 지저분하게 놔두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일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오래 전에 구매한 후 책장에 꽂아두었던 '청소력'이라는 책이 눈에 띄어서 처음으로 꺼내어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버린다는 행위는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를 버려나간다는 것입니다.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운명도 오지 않습니다. 

- '청소력' 마쓰다 미쓰히로

이 세상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태도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인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겸허한 마음으로 하늘에 맡긴다. 이 내맡김의 영역은 철저히 은혜의 영역이며 나의 고집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다르게 말하면 더 많이 내맡길수록 나는 내 삶의 더 많은 부분을 은혜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은혜를 향한 겸허한 마음가짐은 각자의 Ritual이라는 행위로 표현될 수 있으며 나 또한 그 은혜를 받기 위한 깨끗한 통로가 되기 위해 나만의 Ritual을 성스로운 마음으로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청소를 내 아침루틴에 등록하기에 이른다.

내가 혼자서 하기 힘든 쇼파케어 같은 부분은 청소 업체를 불러서 해결했다. 청소력의 저자 마쓰다 미쓰히로도 그랬다. 내가 청소하든 청소 업체를 부르든 일단 집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번영의 시작이라고. 나는 앞으로도 내가 머무는 공간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내 1순위로 삼을 것이다. (0순위는 물론 마음공부다.) 하지만 마음공부와 청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절에만 가도 스님들은 하루종일 바닥을 쓸고 계시지 않은가? 내 마음을 닦는 것과 실제로 청소를 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고 봐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청소에 눈을 뜨게 된 것 또한 이제 내겐 새로운 운명이 올 준비가 되었음을, 청소는 내가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기 전에 수행해야 하는, 거쳐야 하는 의례적인 일이라는 앎이 왔다.  

 

그리고 두번째, 발레. 

나는 헬스나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과는 절대로 맞지 않고, 수영을 하다가도 두어 번 쓰러진 경험 이후엔 수영장에도 더 이상 가지 않는다. 요즘 인기가 좋은 테니스와 같은 구기종목은 공만 보면 본능적으로 피하는 나와 잘 맞지 않고, 축구나 농구를 하면서 몸싸움을 하는 것도 싫다. 그나마 흥미를 붙였던 건 골프인데 이제 골프 붐도 꺼져서 같이 칠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연습장에서만 치자니 그것도 싫다. 그리고 남은 것이 무엇이 있나 고민해 보니 요가 혹은 춤이었다.

 

정적인 나

나는 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경험적으로 내가 그나마 꾸준히 했던 운동을 돌아보면 요가와 골프. 격한 운동은 단 한개도 없다. 그나마 제일 격했던 것이 수영이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나는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중에도 발레가 특히 끌렸다. 레오타드와 스커트, 그리고 각종 워머의 조합으로 입는 옷도 너무 예뻤고, 토슈즈를 신어보고 싶다는 로망도 있었고, 무엇보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내게 클래식과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방송댄스보다 고상해 보이지만, 사실 방송댄스 못지않게, 어쩌면 더 고강도의 운동일 수 있는 발레. 그리고 고난도 기술도 많아서 무언가를 향상할 껀덕지가 있다는 사실이 발레라는 운동, 혹은 춤을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다리 찢기를 하면서도 다리가 찢어지는 각도가 점점 더 커지고 마침내 180도를 넘어가던 순간은 정말 성취감 있었고, 발란스를 잡고 버티는 시간이 1초, 1초 늘어날 때마다 도 너무 짜릿했다.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나는 '이미 늦었어' 라는 심각한 질병에 걸려있던 사람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려 할 때마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할걸..' 하는 생각이 올라왔고 나는 그때마다 어김없이 그 생각을 꽉 붙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는 내 모습이지만 어쨌든 과거의 나는 그랬다. 자연스럽게 내 마음의 반영인 주변인들과 세상도내게 '너는 너무 늦었어.'라는 증거를 갖다 바치기 바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주변으로부터 그러한 말이 들려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내 안에서도 '넌 이미 늦었어.'라는 생각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마음공부 때문이었겠지.

 

어쨌든 지금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내가 이것을 시작하고 10년간 꾸준히 했을 때, 그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10년간 꾸준히 발레를 한 10년 후의 나의 모습. 10년간 꾸준히 요리를 한 10년 후의 내 모습.

그러면 '너무 늦었다.', 혹은 '이거 배워서 어디다 써먹나.' 는 생각은 금세 사라지고 어김없이 당장 그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선다. 발레도 토슈즈를 신을 수 있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후일테지만, 그것이 너무 늦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발레라는 운동을 앞으로 10년 이상 해나갈 것이고, 그 관점에서 봤을 때 1~2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지금이라도 발레를 시작해 줘서 고맙다고 말할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라는 것은 없다. 앞으로 2~3년만 살다가 죽을것은 아니지 않나? 내 마음이 이끄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도 된다. 그것이 나의 의식 수준을 높여주며, 나를 기분 좋게 해 준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 무엇이든 당장 시작해도 된다.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걱정할 것이 못된다. 미래가 투명해도 사실 그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있지도 않은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지금 내가 좋은 걸 하면 된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요리.

나는 내가 평생에 걸쳐 요리라는 것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요리에 흥미도 없었고, 1인 가구 특성상 배달시켜 먹는 게 여러모로 수고를 절약하는 방법이기도 했기 때문.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처리하는 게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고 1인분이 배달 오는 경우는 잘 없었기 때문에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도 성가셨다. 배달음식은 남은 것을 보관해 뒀다가 먹기에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과일 깎는것도 싫어서, 혹은 잘 못 한다는 이유로, 혹은 과일 손질할 시간도 없다는 이유로(?) 모두 다 배달로 해결했던 나였는데 - 지금 돌아보면 나는 '시간 없어' 병에도 걸려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근처 마트에서 신선한 과일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는데 과일을 굳이 배달시켜 먹는 것이 약간 돈낭비처럼 느껴졌다(원래 나는 웬만한 지출은 낭비라고 잘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본격적으로 요리에 마음을 낸 것은 중금속 해독 스무디(Heavy metal detox smoothie) 를 만들어먹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아침 루틴으로 청소를 넣어서 실행한 이후부터이기도 하다. 역시 삶의 모든 영역의 변화는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일까. 내 주위가 깨끗해지니 내 몸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서 깨끗해지고 싶어 했고, 삶 전체가 정돈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중금속 해독 스무디를 마시려면 내가 손질해야 할 재료들이 꽤 있다. 블루베리, 바나나와 각종 파우더를 준비해야 하고, 고수를 손질해야 한다. 사실 크게 힘든 일은 아닌데 무엇이든 완제품을 배달시켜 먹는 것이 익숙했던 내게 재료를 준비해서 믹서기에 갈아서 먹는 것조차 꽤 번거로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덧 이제 이 스무디를 갈아먹는 것이 숨 쉬듯 익숙해지는 단계에 왔고, 이 스무디를 갈아먹는 것쯤은 전혀 추가적인 에너지가 들지 않았다. 그리고선 자연스럽게 그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스무디뿐만 아니라 내가 저녁으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수프 같은 것은 없을까 하고. 그러다가 '라이프수프'라는 책을 접하게 되고 내가 끌리는 메뉴부터 하나둘씩 시작해 보기로 했다. 

 

동시성

정돈된 삶은 정돈된 마음을 부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청소력의 저자 마쓰다 미쓰히로의 말처럼 과거의 것을 버리기 전에는 새로운 운명은 오지 않는다. 과거의 물건이든, 과거의 습관이든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이 세상은 철저히 동시성의 원리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미래의 내 모습이 되기 위해서 지금의 나는 미래의 모습에 걸맞는 내가 되기 위한 변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따지면,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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